2장. 보험계약부채의 세 가지 구성요소#

이 장에서 배우는 것

  • 최선추정부채(BEL)란 무엇이며, 왜 “최선추정”이라 부르는가

  • BEL만으로는 무엇이 빠지고, 위험조정(RA)이 왜 필요한가

  • 보험계약마진(CSM)이 이익을 어떻게 미루는가

  • 셋이 맞물려 하나의 보험계약부채를 이루는 방식

1장에서 보험계약부채가 네 가지 구성요소(미래현금흐름 추정, 할인, 위험조정, 보험계약마진)로 쌓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1.4절에서 앞의 둘(추정 + 할인)을 합쳐 최선추정부채(BEL) 라 부르기로 했죠. 그래서 부채를 떠받치는 기둥은 사실상 BEL, RA, CSM 셋입니다. 이 장은 그 셋을 하나씩 들여다봅니다.

2.1 최선추정부채(BEL)#

최선추정부채는 앞으로 계약에서 오갈 현금을 모두 추정해, 오늘의 가치로 환산한 금액입니다. 계약에서 오갈 현금은 들어올 보험료, 나갈 보험금, 나갈 사업비, 이렇게 세 갈래입니다. 이들을 시점마다 확률로 가중해 내고(추정), 미래의 금액이니 할인해 현재가치로 모읍니다.

이름의 “최선추정”이 핵심입니다. 보수적으로 부풀리지도, 낙관적으로 깎지도 않은, 편향 없는 평균입니다. 일부러 사망률을 높게 잡아 부채를 키우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저 “가장 그럴듯한 값”을 씁니다. 안전을 위한 여유분은 BEL이 아니라 다음 구성요소인 위험조정(RA)이 따로 맡습니다.

BEL의 부호

fastcashflow에서 BEL은 유출의 현재가치 - 유입의 현재가치입니다 (1.4절의 부호 규약). 나갈 돈(보험금·사업비)이 들어올 돈(보험료)보다 크면 BEL은 양수, 곧 갚아야 할 부채입니다. 반대면 음수, 곧 이익이 예상되는 계약이죠.

BEL에 담는 현금흐름은 계약경계(contract boundary) 안에 있는 것으로 한정됩니다. 계약경계란 회사가 보험료를 받을 권리가 있거나 보장을 제공할 의무가 있는 범위입니다. 그 바깥의 미래 현금은 아직 이 계약의 것이 아닙니다. 계약경계는 3장에서 다시 다룹니다.

그런데 BEL은 어디까지나 평균입니다. 평균만으로 충분할까요?

2.2 위험조정(RA)#

현실은 평균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사망률이 추정보다 높을 수도, 해지가 예상과 다를 수도, 사업비가 더 들 수도 있습니다. 계약을 떠안은 회사는 이 불확실성을 함께 떠안습니다.

위험조정은 바로 그 떠안음에 대한 대가입니다. 결과가 나쁜 쪽으로 빗나갈 위험을 감수하는 데 대해 회사가 요구하는 보상을, 부채에 명시적으로 더한 금액이죠.

왜 BEL만으로는 부족한가

BEL만 부채로 잡으면 “평균대로 되면 이만큼 든다”까지만 재무제표에 나옵니다. 정작 결과가 빗나갈 위험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위험조정은 그 위험의 무게를 숫자로 만들어 부채에 더합니다.

간단한 직관입니다. 앞으로 지급액이 90이거나 110, 각각 50% 확률인 계약과, 확실하게 100을 지급하는 계약을 견주어 봅시다. 둘 다 기댓값은 100으로 같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결과가 출렁이는 첫 번째 계약을 더 부담스러워합니다. 그 부담의 크기가 바로 위험조정입니다.

위험조정이 보상하는 위험은 비금융위험입니다. 보험위험(사망· 발생), 해지위험, 사업비위험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면 금리나 시장 변동 같은 금융위험은 위험조정이 아니라 할인율에 반영됩니다.

위험조정을 실제로 어떻게 수치로 만드는지(신뢰수준법)는 6장에서 봅니다. 이 장에서는 “왜 있는가”까지면 충분합니다.

지금까지 본 BEL과 RA를 더한 것이 계약을 끝까지 이행하는 데 드는 현재가치, 곧 이행현금흐름입니다.

2.3 보험계약마진(CSM)#

이행현금흐름(FCF = BEL + RA)을 구했습니다. 이게 음수라면? 들어올 돈이 나갈 돈과 위험 보상을 합한 것보다 크다는 뜻입니다. 이익이 예상되는 계약이죠.

이때 그 이익을 계약 초기에 한꺼번에 인식하지 않습니다. 1장에서 언급했듯이 보험의 이익은 보장을 제공하면서 비로소 벌어들이는 것이니까요. 예상 이익을 보험계약마진(CSM) 이라는 별도 항목에 담아 두고, 보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손익으로 풀어냅니다. 식으로는 CSM = max(0, -FCF), 곧 FCF가 -1,000이면 CSM은 1,000입니다. 미리 받았으나 아직 수익으로 인식하지 않은 선수수익과 같은 성격이죠.

반대로 FCF가 양수라면? 나갈 돈과 위험 보상이 들어올 돈보다 크다는 뜻입니다. 손실이 예상되는 계약이죠. 이를 손실부담계약이라 하고, 이때 CSM은 0입니다. 미룰 이익이 없으니까요. 예상 손실은 미루지 않고 즉시 손익에 반영하며, 그 금액을 손실요소라 합니다.

이익은 나중에, 손실은 지금

CSM은 이익에만 작동하는 비대칭 장치입니다. 이익이 예상되면 CSM에 담아 보장기간에 나눠 인식하고, 손실이 예상되면 손실요소로 즉시 인식합니다.

2.4 셋이 맞물리는 방식#

이제 셋을 한자리에 모읍니다.

  • 이행현금흐름 = BEL + RA

  • 보험계약부채 = 이행현금흐름 + CSM (최초 인식 시점)

숫자로 보면 분명해집니다. 위험조정이 500, 보험금·사업비의 현재가치 (유출)가 4,500인 계약을, 보험료의 현재가치(유입)만 다르게 둔 두 경우로 견주어 봅니다.

사례 ① 이익

사례 ② 손실

유입의 현재가치 (보험료)

6,000

4,000

유출의 현재가치 (보험금·사업비)

4,500

4,500

BEL = 유출 - 유입

-1,500

+500

RA

500

500

FCF = BEL + RA

-1,000

+1,000

CSM = max(0, -FCF)

1,000

0

손실요소 = max(0, FCF)

0

1,000

최초 인식 보험계약부채

0

1,000

사례 ①(이익)의 마지막 줄을 보세요. 보험계약부채가 0입니다. FCF가 -1,000, CSM이 +1,000이라 둘이 정확히 상쇄됩니다. 이익이 예상되는 계약이라도 최초 인식 시점에는 이익도 손실도 잡지 않습니다. IFRS 17의 핵심이 이 0에 들어 있죠. 예상 이익 1,000은 사라진 게 아니라 CSM에 담겨, 보장을 제공하는 기간에 걸쳐 풀려 나옵니다.

사례 ②(손실)는 다릅니다. CSM이 0이라 상쇄가 없고, 보험계약부채는 FCF 그대로 1,000입니다. 그리고 그 손실은 즉시 인식됩니다.

2.5 다음 장#

BEL·RA·CSM이 각각 무엇이고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봤습니다. 그런데 이 셋의 출발점은 모두 미래현금흐름입니다. BEL은 그것의 현재가치이고, RA와 CSM은 거기서 파생됩니다. 그렇다면 미래현금흐름은 어떻게 추정할까요?

3장에서는 그 토대를 다룹니다. 모델포인트, 산출기초, 시간축, 보유계약(in-force), 부호 규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