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IFRS 17이란#
이 장에서 배우는 것
IFRS 17이라는 새 회계기준의 도입 배경
보험계약부채 측정의 의미
보험계약부채의 구조와 네 가지 구성요소
세 가지 회계모형 (일반모형, 보험료배분접근법, 변동수수료접근법)
측정에서 fastcashflow 엔진의 역할
1.1 새 회계기준의 도입#
보험회사의 회계는 다른 업종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제조업은 물건을 팔면 그 자리에서 매출과 원가가 거의 확정됩니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보험료를 먼저 받고, 보험금은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수십 년 뒤에 지급합니다. 그래서 “이 회사가 지금 얼마를 벌었고 앞으로 얼마를 갚아야 하는가”를 재무제표에 담는 일이 본질적으로 어렵습니다.
종전 보험회계기준(IFRS 4)은 이 어려움을 각국의 기존 실무관행에 맡겼습니다. 그 결과 나라마다, 회사마다 보험부채를 재는 잣대가 달랐고, 투자자도 분석가도 보험회사의 성과를 이해하거나 서로 견주기 어려웠습니다.
IFRS 17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국제적으로 통일된 보험계약 회계기준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제1117호 ‘보험계약’**으로 채택해 2023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IFRS 17의 핵심
보험계약부채를 현행가치, 곧 지금 시점에서 측정한 값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그 측정 방식을 모든 보험회사가 동일하게 따른다.
부채를 현행가치로 측정하면 보험금 지급 의무가 “오늘 기준으로 얼마짜리 의무인지”로 표현되고, 보험에서 난 손익과 투자에서 난 손익을 깔끔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1.2 보험계약부채의 측정#
보험계약을 회사 입장에서 보면 두 갈래의 현금흐름입니다.
들어오는 돈: 계약자가 내는 보험료
나가는 돈: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지급할 보험금, 그리고 계약을 유지·관리하는 데 드는 사업비
계약을 맺는 순간 회사는 미래에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를 떠안습니다. 이 의무를 오늘의 값으로 환산한 것이 보험계약부채이고, 이것을 재무상태표에 부채로 싣습니다.
문제는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점입니다. 계약자가 언제 사망할지, 중간에 해지할지, 보험금 청구가 언제 들어올지, 어느 것도 미리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부채는 그저 “적는” 것이 아니라 측정해야 합니다. 측정은 다음 네 단계를 거칩니다.
추정: 미래에 오갈 현금을 확률로 가중해 평균적으로 추정한다.
할인: 미래의 금액을 화폐의 시간가치를 반영해 현재가치로 바꾼다.
위험조정: 추정이 빗나갈 불확실성을 떠안는 대가를 더한다.
이익 분리: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을 따로 떼어 둔다.
이 네 단계가 IFRS 17 측정의 전부입니다. 이 튜토리얼의 나머지 장은 이 네 단계를 하나씩 펼쳐 보이는 과정입니다.
1.3 보험계약부채의 구조#
위 네 단계의 결과를 부채로 쌓아 올리면 다음 구조가 됩니다.
구성요소 |
뜻 |
|
|---|---|---|
① |
미래현금흐름 추정치 |
앞으로 오갈 보험료·보험금·사업비를 확률로 가중해 추정한 값 |
② |
화폐의 시간가치와 금융위험에 대한 조정 |
미래 금액을 현재가치로 환산 (할인) |
③ |
비금융위험에 대한 위험조정(RA) |
추정의 불확실성을 떠안는 데 대한 보상 |
① + ② + ③ = 이행현금흐름 |
계약을 끝까지 이행하는 데 드는 현재가치 |
|
④ |
보험계약마진(CSM) |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 |
① + ② + ③ + ④ = 보험계약부채 |
재무상태표에 싣는 부채 (최초 인식 시점) |
① + ② + ③을 합쳐 이행현금흐름(Fulfilment Cash Flows, FCF)이라 부릅니다. 계약을 약속대로 이행하는 데 현재가치로 얼마가 드는지를 나타냅니다.
④는 보험계약마진(Contractual Service Margin, CSM)입니다. 계약이 이익을 낼 것으로 보여도 그 이익을 계약 초기에 한꺼번에 인식하지 않습니다. 대신 미실현이익을 CSM이라는 별도 구성요소로 담아 두었다가, 보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간에 걸쳐 손익으로 풀어 냅니다. CSM은 선수수익(미리 받았으나 아직 수익으로 인식하지 않은 금액)과 개념적으로 닮았습니다.
왜 이익을 즉시 인식하지 않을까
보험계약의 이익은 보장을 제공하는 동안 벌어들이는 것입니다.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아직 아무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았는데, 여기서 이익부터 잡으면 실제 보장은 수십 년 남았는데 손익은 첫해에 몰립니다. CSM은 이 이익을 보장기간에 맞춰 배분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익이 아니라 손실이 예상되는 계약은 어떨까요? 그런 계약을 손실부담계약이라 합니다. 이때는 CSM이 0이고, 예상 손실은 미루지 않고 즉시 손익에 반영합니다. 이렇게 즉시 인식한 손실을 손실요소라 합니다. 요컨대 IFRS 17은 이익은 나중에, 손실은 지금 인식합니다.
위 표의 마지막 줄에는 한 가지 단서가 있습니다. 보험계약부채는 엄밀히 잔여보장부채(앞으로 제공할 보장에 대한 부채)와 발생사고부채 (이미 발생한 사고에 대한 부채)의 합입니다. “① + ② + ③ + ④ = 보험계약부채”는 아직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최초 인식 시점에 성립하며, 두 부채의 구분은 뒤 장에서 다룹니다.
1.4 fastcashflow 용어와 IFRS 17 용어의 대응#
fastcashflow 엔진은 위 구조를 코드에서 다음 이름으로 다룹니다. 이 대응은 이후 모든 장에서 반복되므로 여기서 분명히 해 둡니다.
엔진의 이름 |
IFRS 17 구성요소 |
정의 |
|---|---|---|
|
위 표의 ① + ② |
할인을 마친 미래현금흐름 추정치의 현재가치. 최선추정부채 (Best Estimate Liability)라 한다 |
|
위 표의 ③ |
비금융위험에 대한 위험조정 |
|
이행현금흐름 |
|
|
위 표의 ④ |
보험계약마진. 계약이 이익이면 |
|
손실요소 |
계약이 손실부담계약이면 즉시 인식하는 손실 |
부호에 주의
fastcashflow는 부채 관점에서 유출(나가는 돈)을 양(+)으로 보는
부호 규약을 씁니다. 보험료처럼 들어오는 돈은 부채를 줄이고, 보험금처럼
나가는 돈은 부채를 늘립니다. 그래서 이익이 나는 계약은 BEL과 FCF가
음수로 나옵니다. 이 부호 규약은 3장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1.5 세 가지 회계모형#
모든 보험계약을 똑같은 방식으로 측정하지는 않습니다. IFRS 17은 계약의 성격에 따라 세 가지 회계모형을 둡니다.
- 일반모형 (GMM, General Measurement Model)
1.3절의 네 가지 구성요소를 모두 명시적으로 계산하는 기본 모형입니다. 장기 보장성 계약에 적용하며, 나머지 두 모형은 일반모형을 특정 상황에 맞게 변형한 것입니다.
- 보험료배분접근법 (PAA, Premium Allocation Approach)
보장기간이 짧은 계약(예: 1년 만기 일반손해보험)에 쓰는 간편법 입니다. 현금흐름을 일일이 추정하는 대신 잔여보장부채를 미경과 보험료처럼 단순하게 다룹니다.
- 변동수수료접근법 (VFA, Variable Fee Approach)
계약자가 기초항목의 운용성과를 함께 나누는 직접참가특성 계약 (변액보험 등)에 쓰는 모형입니다. 회사의 몫인 변동수수료와 그 수수료의 금융 변동성을 CSM이 흡수합니다.
fastcashflow는 세 모형을 모두 구현합니다. 이 튜토리얼은 일반모형을 중심으로 측정의 네 단계를 끝까지 따라간 뒤, 9장과 10장에서 PAA와 VFA를 — 일반모형을 어떻게 변형한 모형인지 — 살펴봅니다.
1.6 fastcashflow의 역할#
이제 엔진의 역할을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fastcashflow 한 줄 정의
모델포인트와 산출기초를 입력받아, 각 계약의 미래 현금흐름을 월 단위로 추정하고, 그 결과로 BEL · RA · CSM을 산출하는 엔진.
입력은 둘뿐입니다. 잠깐 짚고 가겠습니다.
모델포인트(model point)는 엔진이 측정하는 데이터 한 줄입니다.
가입연령·보험료·보험기간·보장금액처럼 한 계약을 측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담고, count로 그 한 줄이 몇 건의 계약을 대표하는지를
정합니다. count를 지정하지 않으면 1입니다. 한 줄이 계약 한 건, 곧
계약 건별(seriatim) 측정입니다. fastcashflow는 이 seriatim을
디폴트로 삼습니다. 계약을 묶지 않으니 압축에 따른 근사가 없습니다.
비슷한 계약을 한 줄로 묶는 압축(count > 1)은 포트폴리오가 커서
행 수를 줄여야 할 때의 선택지입니다.
산출기초는 그 계약들이 미래에 어떻게 흘러갈지를 정하는 전제입니다. 사망률, 해지율, 할인율, 사업비 같은 값들의 묶음이죠.
이 둘을 코드로 넣으면 측정이 시작됩니다. 지금은 각 줄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입력 둘과 출력 셋의 모양만 눈에 익히면 충분합니다.
아래 코드는 두 단계입니다. 먼저 패키지에 동봉된 샘플 파일들을 디스크에
생성해 (Excel 로 열어 들여다 볼 수 있게) 자기 워크북처럼 만들고, 그 다음
자기 파일을 읽듯이 read_* 로 평가합니다. 설치만 되어 있다면 그대로
복사해서 실행하면 같은 출력이 나옵니다.
import fastcashflow as fcf
# (1) 샘플 파일을 samples 폴더에 생성 (한 번만)
fcf.samples.export("samples", template="gmm", quiet=True) # basis.xlsx + policies / coverages / calculation_methods (+ inforce)
# (2) 자기 워크북처럼 읽고 평가
# 입력 1: 산출기초 (사망률 · 해지율 · 할인율 · 사업비 · 위험조정 ...)
basis = fcf.read_basis("samples/basis.xlsx") # {(product, channel): Basis}
basis = basis[("TERM_LIFE_A", "GA")] # 한 세그먼트 (상품, 채널) 선택
# 입력 2: 모델포인트 (측정 대상 계약들)
model_points = fcf.read_model_points(
"samples/policies.csv", # 계약 spec 파일 (한 줄 = 한 계약)
coverages = "samples/coverages.csv", # 담보 가입금액 파일
calculation_methods = "samples/calculation_methods.csv", # 담보별 산출방식 (코드 → 산출방식)
)
# 측정: 각 계약의 월별 현금흐름을 추정
m = fcf.gmm.measure(model_points, basis)
# 출력: 최초 인식 시점 (t = 0) 의 BEL · RA · CSM (계약별 한 값씩)
print(m.bel) # 최선추정부채
print(m.ra) # 위험조정
print(m.csm) # 보험계약마진
자기 데이터로 돌릴 때는 (1) 단계를 건너뛰고 (2) 단계의 파일명을 자기 파일 경로로 바꾸면 됩니다. 자기 데이터 포맷은 11장 (“실무에서의 활용”) 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이 짧은 코드 안에서 1.2절의 네 단계 (추정, 할인, 위험조정, 이익
분리) 가 모두 일어납니다. 이 튜토리얼이 하려는 일은, 저 measure
한 줄 안에서 무엇이 어떤 순서로 계산되는지를 끝까지 펼쳐 보이는
것입니다. 모델포인트와 산출기초의 실제 구조는 3장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계산 단위와 IFRS 17 측정 단위는 다르다
fastcashflow는 먼저 모델포인트별로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합니다. 모델포인트는 계산을 빠르고 투명하게 하기 위한 projection unit입니다. 그러나 IFRS 17에서 CSM과 손실요소를 판단하는 최종 측정 단위는 개별 모델포인트가 아니라 **보험계약집합(Group of Insurance Contracts)**입니다.
따라서 실무 계산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델포인트별 현금흐름 추정
-> 보험계약집합 매핑
-> 보험계약집합 단위 BEL·RA 합산
-> 보험계약집합 단위 CSM·손실요소 산출
즉 sum(CSM_i)가 아니라 CSM(sum(FCF_i))가 IFRS 17 관점의 기본 흐름입니다.
floor max(0, ·)가 비선형이라 둘은 일반적으로 다릅니다(7장). fastcashflow는
모델포인트 측정 결과를 fcf.group_of_contracts(m)으로 보험계약집합 단위에 다시
집계하며, 그 단계에서 CSM·손실요소를 그룹 기준으로 재산출합니다. 이 책의 대부분
예제는 설명을 단순하게 하려고 계약별 출력을 그대로 보지만, 엄밀한 IFRS 17 측정은
이 보험계약집합 집계를 거칩니다.
1.7 다음 장#
다음 장에서는 보험계약부채를 이루는 세 가지 구성요소 — 최선추정부채(BEL), 위험조정(RA), 보험계약마진(CSM) — 을 하나씩 들여다봅니다. 각각이 무엇을 재는 값이고, 왜 셋 모두 필요하며, 어떻게 맞물려 하나의 부채를 이루는지를 다룹니다.